안상희展_Forms and Dreams
2020. 08. 18 - 09. 23

 

Work
Artist Biography
Essay

구상과 추상이 어우러진 숲 속에서 풀어보는 자유, 행복 그리고 아름다움이라는 수수께끼

The Enigma of Beauty in the Mélange of the Figurative and the Abstract

-안상희

 

  'Forms and Dreams'는 구상과 추상의 형태의 조합이 이루어지는 상을 통해 발생하는 시각적 효과, 감정, 그리고 의미를 풀어보는 전시이다. 선사시대의 단순하면서도 섬세하게 아름다운 동굴벽화, 고대 그리스의 인체의 완벽한 비율을 탐구한 조각, 르네상스 시대의 재현적 그림의 종교적 사회적 역할, 그리고 근현대미술의 자기표현의 개념이 발생하기까지 많은 거장과 창작자들은 선과 면, 색채 또는 개념이나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형태를 통해 마음속에서 그리는 아름다움,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가치, 그리고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작업활동을 통해 표출하고자 하였다. 평면이라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신비로운 매개체에 의존하는 회화로 이루어진 이번 전시에서 긴 재현의 역사의 무게와 얽혀있는 구상과 'art for art's sake'라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자기표현의 개념의 성격이 강한 추상적 형태를 화폭에서 탐구하여 보았다. 

 

  전시의 첫 장은 하트 모양의 구름 위에 삼라만상이 어우러진 Nimbus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다. Nimbus의 사전적 의미는 대기가 가장 불안정할 때 형성되는 비구름을 뜻하기도 하며 종교적 의미에서는 원광을 의미한다. 어떻게 보면 하늘 위에 떠 있는 하트 모양의 구름 속의 아기자기함은 대중적 어필이 강해 깊이가 없어 보일 수 있는 다소 위험한 작업이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대중적 매체에서 사용되는 짧고 쉽게 애정을 표하는 이 하트 기호를 인위적인 틀로 구름을 억지스럽게 넣어 그 안에 자동기술법(automatism)을 통해 뚜렷한 연관이 없는 미니어처 상들을 재현하였다. 초현실주의에서 인간의 이성에 대한 과신에 반하여 고안된 자동기술법은 나의 작품에서는 불안정하며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상과 인도주의적 선을 행하고자 하지만 변덕스럽기도 한 사람의 마음을 재현하기도 한다. 사탕으로 상징된 달콤함, 존재하는 듯 마는 듯한 환상적인 무지게, 자연의 무심한 아름다움을 머금은 밤의 별하늘 등은 쉽지 않은 세상에서의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갈구하게 되는 휴식이다. 이와 반해 구름 안의 다양한 공간 중에 하나를 차지하는 물결 패턴은 순수 추상으로 구상의 재현적 기능과 상징성과 단절된 스스로 충분한(self-sufficient) 공간이다. Nimbus 시리즈는 하트 모양이라는 구조적이고 대중적인 틀 안에서 순수한 형태와 구상적 세계의 무게와 낭만을 고민하며 인간으로서 추구하고자 하는 자유, 아름다움, 행복을 고민하는 작업이다. 

 

 두번째 파트에서는 화폭마다 다른 형태적 고민을 반영한다. 이어지는 작은 공간에 설치된 하트 모양으로 인위적으로 묘사된 입술이 바람을 흡입하듯 배의 방향이 틀어진다. Nimbus 시리즈와 비슷한 성격의 스위트 시리즈에서 출발하여 기하학적 패턴으로 이루어진 순수 추상화 대작으로 마무리 된다. Nimbus가 불안정한 대기 속의 일장춘몽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면 스위트 시리즈는 순간에 소비되는 달콤함을 하나의 작은 행성 속의 하루로 표현하였다. 추상으로 이어지는 물결패턴이 입혀진 팝시클(Popsicle 707)은 베어 먹힌 부분 사이로 빛을 발하는 듯 하며 자신 보다 큰 그림자를 하얀 배경에 드리우며 공간과 시각, 그리고 광원에 대한 수수께끼를 자아낸다. Wall 512는 재작년부터 시작한 작업으로 추상이 차지하는 공간과 구상이 공간에 대한 고민을 거친 실험적 작품이다. 시작이나 끝이 없는 영원성의, 내러티브가 부재한 물결패턴이 '벽'이라는 제목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하는데 여기에 콘센트를 그려 넣어 내부 공간의 일부로 인식을 전환하였다. 여기에 폭신폭신한 흰털소재의 카펫 바닥에 묘사된 일상과 거리의 미니어처 재현은 불확실성 속에서의 일희일비를 상징하는 내러티브의 증식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상과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과 실현 과정에서 사용되는 서로 태생이 다른 구상과 추상 사이의 형태학적 실험이 제시하는 시각적 가능성을 펼쳐보았다. 범람하는 광고매체 이미지에서 느껴지듯 대부분의 재현적 구상 이미지를 시각적 알고리즘에 비유할 수 있다면 추상적 모티브는 사회문화적으로 학습된 의미가 발생하기 전의 순수한 형태이다.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깨끗하지만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기에 그 어떤 생명이 발생할 수 없는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이상, 유토피아의 그리스어 어원이 부재 또는 부정하는 의미인 'ou'와 장소를 의미하는 'topos'의 합성인 것에 부합하듯이 순수 추상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있지만 낯설기도 하다. 구상적 영역은 자연인으로서의 존재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점에 일어나는 갈등과 아이러니가 정글에서처럼 무작위로 일어나기 시작하는 상태이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두려움을 자아내기도 하는 정글을 헤쳐나간 후의 나타날 낙원을 그리며 세상 속에서 꿈을 꾸며 사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