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경展_DAY DREAM
2020. 05. 26 - 06. 22

 

Work
Artist Biography
Essay

DAY DREAM

■ 권민경 

 

-prologue

회사를 그만두고 동물원에 갔습니다. 권태롭게 저를 바라보는 하이에나 한 마리의 눈빛에서 이 작업은 시작되었습니다. '너는 나, 나는 너. 우리는 같은 눈빛을 가졌구나!' 동물원의 동물들, 나아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경계 안에 머물고 있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에 현대인의 자화상을 녹여내고 싶습니다.

 

-statement

인간이나 동물이나 움직여야 삽니다. 하지만 어떠한 틀이 -스스로가 만든 것이든지 불가피한 외압에 의한 것이든지 간에- 우리를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건강한 신체를 가졌다 고 해도 생활의 범위는 점점 좁아져 갑니다. 현대인들은 동물원 우리 안의 동물들처럼, 너무나 진 부한 표현인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느낌을 많이 느낍니다. 동물원이나 목장의 동물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낀 것은 어쩌면 필연적입니다. 그들도 우리도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먹이와 안락한 잠자리가 있는 터전에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하지만 동시에 마음 속 깊숙이 저 언덕 너머의 풍경을 보고 싶은 욕망도 감추고 있지요. 삶이란 것을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견뎌 내다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는 그 막막함과 권태로움에 때때로 절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물들과 다른 인간이기에 그저 가만히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당장 이 우리를 탈출할 수는 없어도 상상해볼 수는 있었습니다. 여기에 약간의 마취제 같은 환상을 가미하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서울대공원에서 권태로운 눈빛으로 저를 돌아보던 하이에나를 제주의 바닷가에 보내주는 것입니다! 권태가 여유로 바뀌는 마술 같은 순간을 화면에 구현해 보는 작업 입니다. 이 환상 안에 나른한 희망과 씁쓸한 유머가 담겼으면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현재를 환기시키면 더 좋겠습니다.

 

-media

저는 이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합성을 통하여 조작된 현실성을 추구합니다.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극실재(시뮬라크르이자 하이퍼 리얼리티)를 만들어 냅니다. 우리의 눈이 이미 우리 주위에 범람하고 있는 인공적으로 해석되고 재생산된 가상의 이미지를 더 친근하게 느끼는 만큼, 약간의 광학적 기술과 물리학적 지식으로 얼마든지 현실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즉 제가 만든 이미지들은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실재하지 않습니다. 한 프레임 안에 존재하는 요소 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빛과 물리적 법칙으로 묶여있을 뿐, 그 출처와 연관성은 철저하게 조작된 것입니다. 그러나 왜 이 장소에 이 동물이 이런 자세로 이런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일 것입니다. 각자의 상상력으로 색다른 해석을 즐겼으면 합니다. 전반적으로는 회화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순간의 포착이라는 사진적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작업으로 읽히기를 바랍니다.​